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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피버] 심해 기생충의 습격, “자가격리만이 답!” (니사 하디만 감독 Sea Fever, 2019)

 

* 스포일러 주의: 영화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

 전 세계를 불과 몇 개월 만에 고립과 봉쇄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에 맞물러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이번 주 개봉하는 네사 하디만 감독의 <씨 피버>(원제 Sea Fever)이다. 작년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을 때는 그다지 주목을 받은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 지구촌이 온통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를 맞으며 영화 속 이야기가 남다르게 전해진다. 

 대학원에서 동물(해양생물)의 행동패턴을 연구하는 시반(헤르미온 코필드)은 지도교수의 제언에 따라 작은 트롤 어선 ‘니브 킨 오이르’호에 실습차 오른다. 제라드 선장부부와 기관사, 몇몇 어부들과 함께 바다로 나간 시반은 고래와 심해 생물을 대하며 일상적인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었지만 배는 항로를 벗어나더니 뜻밖의 사고를 당한다. 무언가가 배의 측면에 강하게 부딪쳤고 벽을 뚫고 녹색의 끈쩍거리는 물질을 남긴다. 오랜만에 만선의 기쁨을 안고 항구로 돌아가려 하지만 녹색액체는 조금씩 공포로 다가온다. 

영화는 심해 생물체 기생충에 의한 감염을 다룬다. 감염된 사람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남은 사람들은 기생충과 필사의 사투를 펼치게 된다. 과연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게 최선일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 중의 하나가 아마도 ‘자가격리’(self-quarantine)라는 단어이다. 해양생물의 행동패턴에 대한 학문적 지식이 있는 여주인공은 정체불명의 물질이 ‘기생충’의 일종임을 알고, 그것이 몸에 들어간(습격당한) 사람들이 감염된 후 벌어지는 불상사를 어느 정도 예측한다. 시반은 ‘36시간’을 관찰한다. 알 수 없는 생물체와의 접촉과 감염, 그리고 전염은 망망대해 바다 위에 떠있는 작은 배에서 이뤄진다. 물을 통해 전염되고, 감염되고, 증세가 악화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어쩌면 배는 온통 감염원 투성이일 것이다. 시반은 과학적 근거로 해결책을 강구해 보지만 역부족이다. 

고기잡이배에는 어떤 징크스가 있는 모양이다. ‘빨간 머리’의 시반을 처음 본 뒤 선원이 보이는 반응은 이 영화가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에서 외롭게 투쟁하는 사람의 고난을 예고한다. 희생자가 늘고, 과학적 증거가 부족할 경우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 그리고 미약하지만 증세를 통해 다음 스탭을 강구하는 과학적인 모습이 인류의 생존전략일 것이다. 

<씨피버>가 공개되자 ‘에일리언’과 ‘더 씽’(존 카펜터 감독)의 만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망망한 우주공간의 우주화물선에 침투한 정체불명 우주생물체의 끔찍한 종족번식을 담은 <에일리언> 시리즈나 고립된 남극의 탐사기지에서 펼쳐지는 미증유의 사태는 현실세계에서의 ‘코로나 펜더믹’과 맞닿아있다. 접촉은 전염을 낳고, 전염은 종말로 이어진다. 격리와 제거, 과학적 접근만이 완벽한 해결책이다. 

미세한 증세라도 보이면 자가격리하고, 서둘러 보건소를 방문하여 검사받고, 최악의 감염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미약한 인간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와 녹색괴물 젤라틴에서 살아남은 방법이리라. 5월 13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재환 20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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