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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랙션] 넷플릭스 스타일 마약대전 (샘 하그레이브 감독 Extraction 2020)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에는 가정용 영상기기인 비디오(VCR) 붐이 일었었다. 이 시절을 산 사람들은 VHS방식과 베타 방식을 둘러싼 화질논쟁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사실, 그 시절 문제는 ‘소프트웨어의 부족’이었다.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기업 자본이 들어와 숨통이 트일 때까지는 정말 B급 영화, 아니면 불법 영상물이 마구 유통되었다.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를 떠올리면 가끔 그 시절 생각이 든다. <로마>와 <킹덤> 너머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이 구색 맞추기 킬링타임용 무비가 즐비하다는 사실.(물론 지금도!) 그런 걸 보다가 문득, 깜짝 놀랄 작품을 만나게 된다. <사냥의 시간>에서 좌절한 순간 만나게 되는 이런 작품 말이다. <익스트렉션>(Extraction,2020)이다. 아마, 포스터만 보자면 “아, 시간 때우기 좋겠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감독이 샘 하그레이브라니. 누구지? 주인공은 무려 크리스 헴스워스인데 말이다. 나머지 배우들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크리스 햄스워스(타일러 레이크)가 아시아의 어느 국가 꽉 막힌 도로 위에서 필사의 사투를 벌인다. 특수전 복장을 입은 그는 총을 맞고 쓰러지며 아련한 해변의 햇살을 떠올린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특수부대를 나온 역전의 용사. 지금은 용병이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유괴된 인도 마약왕의 아들을 구출해 내는 것이다. 인도 뭄바이와 방글라데시 다카의 마약조직이 14살짜리 아이 하나를 두고 거대한 전쟁을 펼치는 것이다. 레이크는 전광석화 같이 아지트를 급습 아이를 구출하지만, 다카 시내를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다. 경찰, 군대는 온통 부패했고 마약왕은 다카로 통하는 다리를 봉쇄하고 전면전을 펼친다. 레이크는 이제 토르의 망치도 없이 필사의 탈출을 펼친다.

‘토르’의 크리스 햄스워스가 반가운 이 영화는 루소 형제가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마블의 초특급 흥행작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감독한 앤소니 루소, 조 루소는 마블 히어로 월드에 뛰어들기 전에 앤드 파크스와 함께 아주 폭력적인 스릴러 코믹북(그래픽 노블) 작업을 했다. <시우다드>(Ciudad)라는 작품이다. 루소 형제가 아직 액션의 영상미학을 깨우치기 전에 그린 액션 스토리는 넷플릭스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샘 하그레이브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액션연출에 참여했었다.



원작이 된 <시우다드>는 잔혹한 남미의 두 마약조직 간에 벌이지는 납치와 구출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라질 마약 대부의 딸이 납치되어 ‘시우다드’에 갇힌다. 시우다드는 파라과이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이다. ‘타일러 레이크’가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악당들과 부패한 경찰을 상대로 필사의 전쟁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흔해 빠진’ 라틴아메리카의 마약조직 이야기를 아시아로 옮긴다. 인구밀도 높고, 도로가 꽉 막힌 방글라데시를 택한 것이다.

루소 형제는 마블의 휘황찬란한 CGI보다는 몸과 몸, 총알과 폭발이 작렬하는 액션을 완성한다.

지난 주말 넷플릭스에서 <익스트랙션>이 공개하자마자,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죽었나 살았나”라는 이야기이다. 루소 형제는 다양한 결말을 구상했고, 넷플릭스다운 결말을 보여준다.

불굴의 용사 ‘레이크’가 가지고 있는 전사를 적당히 받아들이며 ‘아이’ 하나에 기꺼이 목숨을 거는 이야기에 기이하게 공감되는 것은 <익스트랙션>이 흔해 빠진 킬링타임용 액션무비보다 조금, 아니 많이 낫다는 것이리라. 영화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그리고 태국에서 찍었단다. 방글라데시가 영화처럼 형편없지는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이니까! (박재환 20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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